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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모셔온 글 2017. 8. 31. 13:54



    퇴근길 회사 인근 어느 미용실에 들렀습니다. 때가 되면 밥을 먹고, 때가 되면 손

    톱을 깎는 것처럼, 으레 그런 걸음이었습니다.

    거울 앞에 앉아 묶은 머리를 풀자 곱슬곱슬하고 긴 머리칼이 가슴께까지 내려왔습니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앳된 얼굴의 남자 미용사는 거

    울 속 제 모습을 응시하더니 머리칼 몇 올을 잡고 모질을 살펴보았습니다.

    “머리는 왜 자르시는 거예요?”

    미용사가 가위를 들기 전 거울 속 제 눈을 보며 물었습니다.

    ‘글쎄, 머리를 왜 자르러 왔을까?’ 별로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라서 대답할 말은 궁색했습니다.

    “많이 긴 것 같아서요.” 짧게 답하자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는지 그는 평소에 머리를 묶고 다니는지

    아니면 풀고 다니는지 묻더니 “묶고 다니신다면 길어도 괜찮지 않아요? 왜 자르려고 하세요?”라 다시 물었습니다.

    재차 물어볼 줄은 몰랐기에 이번에도 답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역시 “무거워서요”라 짧게 답하고 가위질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무거워서….” 제 답을 되새기듯 중얼거린 그는

    그 뒤로도 머리는 얼마나 자주 손질하는지, 헤어드라이어는 자주 사용하는지 그런 것들을 계속 물어왔습니다.

    “제가 머리를 자르는 이유를 계속 물어서 의아하셨지요? 여쭤보는 이유가 있어요.

    손님이 머리를 왜 자르는지 제가 알고 자르는 것과 모르고 하는 건 그 결과가 달리 나와요.”

    계속된 질문 공세가 좀 성가시던 찰라, 그가 나직하게 말했습니다.

    손님이 머리를 자르는 이유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미묘하지만 차이가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도 알 수 없지만, 손님이 머리를 자르는 이유를 염두에 두고 자를 때는

    더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온다고요. 머리를 자르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

     각각에서 그 사람의 성격이 또 생활이 녹아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자르는 이유를 생각하면서 머리를 만져야 저도 실력이 늘어요.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게 돼요. 손님이 5년 뒤에 찾아온다면 그

    때 머리를 자르는 제가 지금과 똑같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의 질문에는 그의 직업정신이 깃들어 있던 것이었지요.

    그 말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하면서 ‘어떻게’라는 방법에 관한 고민은 주로 하지만,

    ‘왜’에 관한 질문은 즐겨 하는 일이 없는 듯합니다.

    왜 많은 사람이 책을 읽는지, 왜 책을 사는지,

    왜 반디앤루니스에서 책을 사는지 그것을 생각하면, 당신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요?

    그래서 내일, 모레, 글피는 오늘보다 더 당신의 마음에 좋은 그런 서점이 될 수 있을까요?

    어느 미용실에서 배운 대로 오늘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왜 책을 읽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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