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비오는 날~~천상병

조만불 2014. 5. 31. 12:23

 

비 오는 날      천상병(1930~1993) 

아침 깨니

부실부실 가랑비 내린다.

 

자는 마누라 지갑을 뒤져

 


백오십 원을 훔쳐
아침 해장으로 나간다.

 


막걸리 한 잔 내 속을 지지면
어찌 이리도 기분이 좋으냐?

 


가방 들고 지나는 학생들이
그렇게도 싱싱하게 보이고
나의 늙음은 그저 노인 같다

 


비오는 아침의 이 신선감을
나는 어이 표현하리오?

 


그저 사는 대로 살다가
깨끗이 눈감으리오.

(

 




(박우현·시인, 1970~)

 



    Szentpeteri Csilla / Albatros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