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이야기
조선시대 어느 아낙네의 이혼 신청 사유
조만불
2017. 6. 27. 10:14
모셔온 글입니다
‘낭군은 외모로 보면
면목과 몸과 수염이 여느 사람과 흡사하지만
방 안의 일에 이르면 중들과 마찬가지입니다.
서 있는 나무처럼 형체를 갖추었지만
크기만 할 뿐 힘이 없어
사나운 범이 주저하는 듯하니
벌이나 벌레가 쏘는 것만도 못합니다.’
조선시대,
남편과의 잠자리 문제로 불화를 겪은 중하층 양인 여성이 관아에 올린 이혼 요청서다.
헛되이 보내는 밤이 이어지자 자결하려던 여성은
고모가 자신을 구해 주자 정식으로 이혼하기로 마음먹는다.
여성은 남편을 ‘쓸모없는 장군’, ‘수염 난 아녀자’로 묘사하며
억울하게 소박맞은 이유를 사또에게 호소한다.
19세기 조선 평민들을 위한 민원문서 사례집에 실린 곡진한 사연이다.
사랑, 욕망, 치정이 교차하는 조선의 이색적인 풍경을 고문헌, 고문서로 엿볼 수 있다.